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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뚝임을 왕의 식탁으로 가져오라

“왕이여 내 주여, 내 종이 나를 속였나이다. 주의 종이 이르기를 ‘내가 나귀에 안장을 지워 타고 왕과 함께 가리이다’ 하였사오나, 주의 종은 다리 저는 자이기 때문이니이다.”(사무엘하 19:26) 므비보셋은 사무엘하 19:26에서 자신을 변호하는 말을 한마디도 꺼내기 전에 이미 그의 모습 자체가 모든 이야기를 말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성경은 다윗 왕이 예루살렘을 떠난 날부터 므비보셋이 그의 옷을 빨지 아니하였고, 수염도 깎지 아니하였으며, 그의 발도 돌보지 아니하였다고 기록한다(사무엘하 19:24). 여러 달 동안 그는 씻지 않은 애도자의 모습으로 예루살렘에 머물며, 쫓겨난 왕을 위하여 상한 마음으로 슬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침내 다윗이 돌아왔을 때, 그는 이미 중상모략에 물든 왕과 마주하게..

왕의 담보

왕의 담보 “그 그람들은 그들 자신에게서 나올 것이요, 그들의 통치자도 그들 중에서 나올 것이라. 내가 그를 가까이 오게 하리니 그가 내게 접근하리라. 자기 마음을 담보로 삼아 내게 접근할 자가 누구냐?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예레미야 30:21 (KJV) 영어 표현“engaged his heart(자기 마음을 바쳤다/담보로 삼았다)”는 진심 어린 헌신—아마도 기도하는 동안 간절히 집중하려는 사람의 모습처럼 들린다. 하지만 히브리어에서 하나님은 누구 감동을 받았느냐고 물으시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누가 보증서에 서명했느냐고 물으시는 것이다. “engaged”로 번역된 동사는 ‘아랍’('ārab)이다. 이 단어는 전문적이고, 상업적이며, 엄중한 단어다. 이 단어는 보증인이 되는 것—다른 사람의 파산한 ..

지팡이를 내려놓으라

“그들이 또한 므리바 물에서 그를 노엽게 하였으므로, 그들 때문에 모세가 화를 입었도다.”(시편 106:32, KJV) 시편 106:32 마지막의 네 단어는 우리를 멈춰 서게 만든다. “그들 때문에(for their sakes).” 이스라엘을 위해 거듭해서 하나님 앞에 서서 중보했던 신실한 중재자 모세는 결국 약속의 땅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금지되었다. 시편 기자는 이 비극을 놀라울 만큼 분명하게 설명한다. “그들이 또한 므리바 물에서 그를 노엽게 하였으므로, 그들 때문에 모세가 화를 입었도다.” 그리고 바로 다음 절에서 그 실패의 원인이 드러난다. “그들이 그의 영을 격동시켰으므로 그가 그의 입술로 경솔하게 말하였도다.”(시편 106:33) 여기서 “격동시키다(provoked)”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마..

가죽 아래 감추어진 금

“그들이 금 향단 위에 청색 보를 펴고, 그 위를 해달의 가죽 덮개로 덮고, 그 채를 꿰울 것이니라.”(민수기 4:11)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진영을 거둘 때, 제사장들은 단순히 기구들을 포장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의 신비를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민수기 4장의 포장 지침을 자세히 살펴보면, 언약궤와 금 향단 사이에 놀라운 대조가 드러난다. 언약궤의 경우, 광야에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가장 바깥 덮개는 “전부 청색”의 보였다(민수기 4:6).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보좌가 행진을 인도하며 광야의 모래 위에서 찬란한 하늘빛을 드러내도록 허락하신 것이다. 그런데 민수기 4:11에 이르면 순서가 뒤바뀐다. 휘장 앞에서 날마다 거룩한 향이 분향되던 금 향단 위에 제사장들은 먼저 청색 보(테켈레트tĕkēlet..

샬라흐, 은혜의 물길

무심코 넘기던 한 모금의 투명함 속에세상을 숨 쉬게 하는 거대한 사랑이 있었다. 메마른 고대의 입술을 적시던 생명의 숨결이 오늘, 무뎌진 나의 일상 위로 가만히 번져온다. ‘샬라흐’—그저 어쩌다 흘러가게 두지 않으시고 깊은 뜻과 목적을 담아 당신의 샘을 보내시니,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가마득한 빗물이 아니라 마르지 않는 깊은 샘물로 나를 찾아 오신다. 가장 어둡고 낮은 계곡, 그 그늘진 자리에 목마른 혼이 주저앉아 숨죽여 울 때에도, 산과 산 사이, 가파르고 건조한 바위틈을 굽이쳐생명의 수분을 전하는 신실한 물길이 있다. 재정의 절벽 앞에서, 절망의 그늘 속에서 우리가 삶의 방향을 잃고 헤매는 순간에도 하나님은 이미 나를 위한 샘을 파송하셨으니,들나귀와 사슴의 목마름까지 기억하시는 그분께서 어찌 당신의 ..

사무엘과 헤만 사이의 사람

“직무를 맡아 그들의 자녀와 함께 섬긴 자들은 이러하니라. 고핫 자손 중에는 노래하는 자 헤만이 있으니 그는 요엘의 아들이요, 스무엘의 아들이라.”(역대상 6:33)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대기의 족보를 마치 고대의 전화번호부처럼 여기며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 목록을 무심히 지나쳐 버린다. 그러나 역대상 6:33에 연결된 세 세대를 잠시 주목해 보라. “노래하는 자 헤만, 요엘의 아들이요, 스무엘의 아들이라.” 스무엘은 곧 사무엘이다. 그는 이스라엘의 거대한 선지자요, 사사이며, 영적 중심축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 그의 장자 요엘이 등장한다. 사무엘상 8:2, 3에서 우리는 사무엘 가문의 비극을 발견한다. 요엘은 “이익을 따라가며 뇌물을 받고 판결을 굽게 하였더라.” 그의 탐욕은 너무도 노골적이고 치명적이어서..

주권자이시나 빌리시는 분

『만일 누가 너희에게 「어찌하여 이것을 하느냐?」 하고 묻거든, 「주께서 그것을 필요로 하신다」고 말하라. 그리하면 곧 그것을 이리로 보내리라.』― 마가복음 11:3 (KJV)마가복음 11:3에는 서로 나란히 놓이기에 왠지 불편하게 느껴지는 두 단어가 있다. 곧 큐리오스kýrios(주)와 크레이아chreía(필요, 결핍, 필요성)이다. 마가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절대적 칭호인 호 큐리오스ho kýrios, 곧 『주(The Lord)』라는 호칭을 좀처럼 사용하지 않으신다. 이 장들에서 그분은 대개 인자(人子)나 선생으로 등장하신다. 그러나 여기서는 아직 아무도 타지 않은 어린 나귀를 구해 오도록 두 제자를 마을로 보내시면서 왕권의 권위를 나타내는 결정적 칭호를 사용하신다. 『주께서』오시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발이 달린 말씀

『그러나 내가 나의 종 선지자들에게 명령한 나의 말들과 나의 법도들이 너희 조상들을 사로잡지 아니하였느냐? 이에 그들이 돌이켜 이르기를 만군의 여호와께서 우리 길대로, 우리 행위대로 우리에게 행하시려고 뜻하신 것 같이 우리에게 행하셨도다 하였느니라』— 스가랴 1:6 KJV 스가랴는 직설적인 질문으로 포문을 연다. 『너희 조상들이 어디 있느냐? 또 선지자들이 영원히 살겠느냐?』(스가랴 1:5). 설교자들도 죽었다. 청중도 죽었다. 묘지는 하나님의 경고를 전했던 사람들과 그 경고를 무시했던 사람들 모두로 가득 차 있었다. 말하는 자가 죽고 듣는 자가 죽으면, 설교도 마침내 그들과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응답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그것들이 너희 조상들을 사로잡지 아니하였느..

분명했던 것이 평범해질 때

『하나님의 사람이 엘리에게 와서 그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 조상의 집이 애굽에서 파라오의 집에 있을 때에 내가 그들에게 분명히 나타나지 아니하였느냐』 ―사무엘상 2:27 KJV 히브리어에서 하나님께서 오해의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기를 원하실 때, 그분은 동사를 중복하여 사용하신다. 사무엘상 2: 27에서 이름 없는 선지자가 엘리를 마주할 때, 그 질문은 엄청난 문법적 무게를 지닌다. 『너희 조상의 집이 애굽에서 파라오의 집에 있을 때에 내가 그들에게 분명히 나타나지 아니하였느냐?』 이 구절은 어근 갈라gālâh에서 나온 하-니그로 니그레티ha-nigloh nigleti이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계시하면서, 내가 나 자신을 계시하지 아니하였느냐?』라는 뜻이다. 하나님께서 『단 한 번..

닫혀드는 덫의 소리

『두려움의 소리를 피하여 도망하는 자는 함정에 빠질 것이요, 함정 가운데서 올라오는 자는 올무에 걸릴 것이라. 이는 위로부터 창문들이 열리고 땅의 기초들이 흔들림이라.』 — 이사야 24:18 (KJV) 원래 히브리어로 소리 내어 읽으면, 이사야 24:18은 마치 연속해서 잠기는 여러 개의 빗장처럼 철커덕 닫혀 간다. 하파하드... 하파하트... 하파흐.공포(paḥad), 구덩이(paḥat), 올무(paḥ). 숨 가쁜 이 리듬은 도망치는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흉내 낸다. 공포를 피해 달아났더니 구덩이로 떨어진다. 진흙투성이 구덩이 벽을 기어 올라왔더니 이번에는 강철 올가미가 발목을 조여 온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파멸을 소리로 표현한 더듬거림이며, 옆으로 아무리 전력 질주해도 벗어날 수 없는 덫이다. 그..